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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

화가 나는 일

by 스야 2005. 5. 7.
더 이상, 야구치의 탈퇴일로 마음 심난해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지만, 어쩔 수 없나보다. 그와 관련된 아주 짧은 멘트들만 스쳐지나가도, 마음이 덜컹거리고, 두근두근거린다. 머리가 띵-해져온다. 그러고는 마음을 굳게 먹는다. 이를테면 이런 체념이다. '내가 뭘 더 머리아프게 생각해 봤자' 더 알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내가 뭘 어떻게 할 수 있는것도 아니고. 그냥, 나는 바라보기만 할 수 있는 것 뿐인데- 이렇게 중얼거리면서 '잊어보려고 하는데' 잘 안된다. 어떻게 마음을 먹어야 가장 올바른 것인지, 잘 모르겠다. 그냥, 잊고 싶어진다.

아까 도서관에서 잠시 쉬는시간에 인터넷을 돌아보다가 빔짱 블로그에서 최근 미키가 화났던 일 이라는 제목의 포스트를 읽었다. 후지모토는 '화났다' 라고 말하고 있었다. 슬펐다는 것도 아니고, 짜증났다는 것도 아니고, '화가 났단다' 그것도 '야구치상의 일, 야구치상이 관둔것' 이런 두르뭉실도 아니고 '탈퇴' 가 화났단다. 아아.


모든게 엉기고 엉겨서 화가나기 시작한다. 시간의 지나감이 지치고 화나고 그렇다.
사실은 오늘 리카의 졸업을 바라보면서, 며칠전부터. 그리고 몇개의 동영상을 보면서 무척 마음이 엉기기 시작하더라. 난, 야구치를 지켜주고 싶었어. 그녀가 졸업을 앞둘 그 먼 후일의 어느날. 나는 하루하루 날을 곱씹으며, 그녀의 곁을 소중히 지키고 싶었어. 물론, 졸업콘서트는 꼭 돈을 모아 가려고 했었지.
그래, 그녀의 탈퇴얘기가 처음 나왔을때, 나의 첫 마디는 우습게도 '졸콘 돈 굳었다' 였다. 물론, 탈퇴라는 일은 처음이었으니까, 무슨 일인지 경황을 잘 알 수 없었던 그 처음, 약간은 아이러니한 기분으로 그렇게 말을 했어. 그래. 야구치의 졸업콘서트는 없다. 그 DVD는 무슨일이 있어도 사려고 미리부터 마음먹었는데, 아무것도 없다. 그냥 '사라져 버린 것 같다' 우울하다. 그래서, 리카의 졸업을 기다리면서, 그냥 그런 허전한 마음이 들었다. 누구보다도 지켜주고 싶었던 야구치의 졸업식이었는데. 아무리 허울좋은 졸업식이라 하지만, 그래도 야구치니까. 야구치니까 소중한 졸업식을 지켜주고 싶었는데. 그래서 또 이상스럽게 화가나기 시작한다.

아- 쓰고 나니, 더할나위없이 허탈한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