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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

야구치 마리 데뷔 9주년을 축하하며

by 스야 2007. 5. 3.
요즘은 이런 생각을 많이 해. 사람의 삶이란 '끝없는 평지이거나 험준한 산이 있을 뿐'이어서 마치 끝없는 지루한 일상의 연속이거나, 닥친 고통을 넘으면 더이상 걱정 없을 거라고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실상 그렇지 않지. 이 모든 것들이 뒤섞인 굴곡들만이 있을 뿐이어서, 앞으로 내딛을 발걸음 하나하나의 위치조차 파악하기 힘들다는 것. 그래서 일생의 모든 일들이 하나부터 열까지 차근차근 계획대로 되는 것 하나 없이, 복잡하게 보이는 거고.
시련을 겪지 않는 사람이 누구 있을까. 겉으로 보기에 그렇지 않더라도, 누구나 작거나 크거나 하는 결함이나 불행은 가지게 마련이지. 그래서 죽을 때가 되어 정산해 보면, 누가 손해보거나 이득보거나 하는 일 없이, 공평하게 되는 것 아닐까. 사람은 그저 사람일 뿐이니까 말이야. 누군가 독점적으로 평생 행복하기만 하다면, 모든 일이 잘 되기만 한다면 얼마나 이상할까. 아마도 행복을 행복으로 느끼지 못하는 불행이 있을거야.
수렁에 빠졌을 때, 고통에 힘겨울 때, 벽에 부딛혔을때, 그것이 이제까지의 삶에 대한 반대급부로서 언젠부턴가 계획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조금 편해져. 행복을 느낀만큼, 불행도 느끼고. 사랑을 얻은만큼, 사랑을 잃기도 하고. 어쩌면 그래야만 빚진 마음 갚으며, 다시 힘을 내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시련을 겪지 않는 사람은 없어. 다만 얼마나 현명하고 슬기롭게 그 시련을 이겨내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삶의 지도는 조금씩 바뀔 수 있겠지. 어둠을 헤쳐나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여유, 믿음, 성실, 인내… 이런 덕목들. 누구나 가질 수 없는건 아마도, 누구나 다 현명하고 슬기롭게 대처하지 못하기 때문일거야. 누구나 굴곡진 삶을 살지만, 삶의 질이 다른 이유는, 그 때문 아닐까. 절망을 절망으로 받아들이고, 순수함과 성실함으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 그것이야말로 아름다운 인간의 모습이라고 생각해.

9년전 대뷔해서 이제 곧 10년. 이제 곧 25세. 많은 일이 있었어. 벽을 마주하는 절망을 느낀 적도 많았던 만큼. 꼭 그만큼 조금씩 더 강해지고 단단해진 모습, 쉽게 부서지지 않고, 은은히 빛나는 그 모습을 갖춘 네가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해. 목표가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을거야. 그 목표가 순수하니까. 그리고 너의 열정이 순수하니까 가능한거라고 생각해.
처음 너의 데뷔날이라든가, 생일날을 알게되어서 같이 축하하고 그랬을때에는, 조금 더 일찍부터 함께 하지 못했음이 아쉬웠는데, 벌써, 9년중 6년을 지켜보고 와 있었다고 생각하니, 시간이 참 빨리 지나가는 것 같아. 처음 팬사이트를 열고, 너를 응원하기 시작했던 그 처음의 마음. "야구치 마리라는 사람이 전해주는 넘치는 밝음과 에너지를 더 많은 사람과 함께 공유하고 싶다" 는 그 마음. 지금까지, 변하지 않게 지켜와줘서 고마워. 무엇보다도 다 네 덕분이야.
떠난 사람도 있고, 더 이상 이 공간에 오지 않는 사람도 있지. 쓸쓸해 진 적도 많았어. 그래도 여기는, 예전 그대로 있어왔고, 앞으로도 계속 될 거야. 아이돌 야구치마리로서도 정말 좋아하지만, 무언가 그 이상이 있기에, 이 곳이 계속되는 것이겠지. 즐거움을 주는 아이돌 팬질이 하고싶은 거였다면 일찌감치 끝났을지 모르지만.
솔로 활동도 이제 2년. 5 · 6월에는 첫 브로드웨이 뮤직컬도 하게 되지. 열심히 준비한 만큼 꼭 성공리에 공연 마칠 수 있을거라고 믿어. 네가 원하는 노래도 좀 더 많이 부를 수 있기를 기도할게. 좋은 친구들 많이 만나고, 행복한 시간도 많이 만들어 갔음 좋겠다.

그런데 나는 잘 하지 못해서. 이런 모습이어서 정말 미안해. 개인적으로 기이한 인연으로 너를 만났다고 생각해. 지금은 그 인연에게도, 너에게도 정말 할 말이 없다. 그래도, 이렇게 나약하고 무력한 나지만. 그동안 열심히 살아왔다고, 무너지지 않으려고 노력해 왔던 거, 잘 알고 있다고, 힘내라고, 토닥토닥 등을 두드려 준다면. 정말 기쁠거야.
내년엔… 좀 더 멋진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게.
데뷔9주년 진심으로 축하하고. 건강하렴.